(질문) 군대를 먼저 가는게 좋을지, 아니면 나중에 가는게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안녕히 계신지요..
전 법학부 1학년에 재학중인 ______이라고 합니다.
저는 군대문제로 많이 고민하다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전 사법시험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보통 남학생들은 군대를 갔다 오고 나서부터 사시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근 로스쿨 도입이니 사시 합격자 정원 축소니 하는 소리를 들어서인지
군대를 갔다 오고 나서 사시를 준비하게 되면 제도가 바뀌지는 않을런지.
또한 지금까지 공부해온 영어나 한자는 제대 후 새로 시작하여야 하기에
걱정이 많습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먼저 사시를 준비하고 군대를 가는 것이 나을런지요..
아님 빨리 군대를 갔다오는 것이 나을런지요..
조언 부탁 드리겠습니다.
(답변)
Re: 군대를 먼저 가는게 좋을지, 아니면 나중에 가는게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수업에 관한 질문은 아니지만 누구든지 한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되어 질의응답란에 실어봅니다.(2004. 7. 26.)
______군에게,
정말 군복무의 시기를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요. 사실 정답도 없습니다.
우선 법학대학원(law schools)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면 정부는 올해안에 시행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고 몇 개월 안에 사법개혁위원회가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는 소식은 언론보도를 통해 들었을 겁니다. 물론 사법개혁위원회나 정부의 기본입장은 법학대학원으로 가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문제는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와는 달리 많은 변화를 수반하기 때문에, 특히 이익집단(예를 들어, 대한변호사협회 또는 법학대학원으로 선정되지 못하는 대다수의 법학과 또는 사법고시 수험생)의 입장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와 같은 복잡한 문제로 인해 그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법학대학원으로 가는 경우, 그 때 가서 구체적인 기준이 정해져야 알겠지만, 기존의 법과대학 (학사학위 소지자여야 하기 때문에 재학생이 아니라) 졸업자에게도 응시자격이 주어질 수 있겠죠. 물론 사법시험제도에 대한 경과규정도 한시적으로 둘 수 있습니다. 그 후에는 사법시험을 대체하는 (의사고시처럼 합격률이 높은, 법학대학원 졸업생의 70-80%를 합격시키는) 변호사자격시험에 대한 응시자격이 법학대학원 졸업생에 한해 주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이렇게 되는 경우에는 법학대학원을 졸업해야만 시험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사법시험공부가 아니라 법학대학원 입학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 입학시험(미국의 경우에는 LSAT라고 하는데)은 법학과목에 대한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법학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법학과목을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다시 군복무에 대해 얘기하면, 그 질문이 점성가의 예지력(?)을 기대하고 한 것은 물론 아니겠죠. 우선 가장 먼저 지적할 것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과가 자신이 예측했던 결과를 얻는 경우는 물론이고 설사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친다 하더라도 그러한 선택을 절대로 후회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 인생에 적용되는 일수불퇴(?)의 원칙은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또한 우리에게는 미래가 있기 때문에 과거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점을 잊지 않기 바랍니다.
선배나 친구하고 얘기하면서 생각해봤겠지만 모두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군대를 먼저 갔다 오면 더 이상 군복무에 대한 부담이 없고 인간적으로 성숙해질 수도 있겠죠. 인간적으로 성숙해질 수 있다는 얘기는 부모 또는 가족의 보호 없이 그리고 학생이라는 신분(적어도 우리사회에서 어느 정도 보호되는 신분)이 특별히 고려되지 않는 상황에서 성인으로서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계급에 따라 혈기왕성한 동연배의 다른 젊은이들과 제한된 공간 속에서 일정기간 함께 생활하면서 삶의 또 다른 측면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반면에 군대를 나중에 가면 지속적인 학업이 가능하고 또한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에는 장교로 갈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군복무가 가능합니다. 물론 어려운 점은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지를 그 누구도 100% 정확하게 예측할 수가 없다는 거죠. 그러나 이것은 모든 법대생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적 상황이 아닐까요. 아마도 이런 장단점들은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여기서 내가 얘기해줄 수 있는 것은 군복무의 시기 선택보다도 오히려 “모든 일(또는 선택)의 출발은 자신감에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신감은 어떤 것을 잘해서 그것에 대해 갖게 되는 자신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소위 모든 일은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부정하거나 피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인식으로부터 얻어지는 자신감이라고나 할까요. 좋은 일이 있을 때 옆에서 기뻐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옆에서 걱정해준다 하더라도, 결국 그 모든 공과(功過)는 자신의 것일 수밖에 없고 그 누가 대신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죠. 말하자면 자신이 좋은 학교에 왔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학교가 자신이 다니는 학교이기 때문에 좋은 학교라는 자신감을 갖는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보다 근본적인 자신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왜 갑자기 자신감에 대한 얘기를 하느냐? 어떤 일(또는 선택)이든 일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에는 어려운 순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순간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는 것이 바로 자신감이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세상 사람들은, 어떤 (선택에 따른) 결과든, 그 결과에 맞춰 얘기할 테니까요. 세인의 평가에 좀 둔감해질 필요도 있습니다. 결국 자기의 주인은 자기 자신입니다. 그런 자신이 얼마나 소중합니까. 사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소중하게 여깁니다.(다른 사람도 그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알기에.)
결론적으로 군복무의 시기 선택은 자신의 성향과 주변의 여건을 전체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가령 나의 목표의식은 확고한가, 나는 학업에 충실한가, 나는 졸업 후에 곧바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가, 부모 또는 가족의 경제적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가 등을 고려해서 자신의 판단과 책임 하에 결정을 내리기 바랍니다. 지금 바로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제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군복무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군대를 두 번씩 갔다 오는 꿈을 꾸곤 했습니다. “어, 이상하다. 왜 나만 군대를 두 번 갔다 오는 거지.”하면서 꿈에서 깨는 거죠. 꿈이어서....(?) 두 번씩 가는 거야 자신의 선택이지만 한번은 국민의 의무니까.... 어쨌든 이런 얘기를 하다보니 20년 전에 똑같은 고민으로 캠퍼스에서 대화를 나누던 친구들이 생각나는군요. 그 시절, 그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젊은 날의 추억이여! 질문한 학생도 20년 후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까요.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경대사람 경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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